은 바리

민수기 7장에 나오는 족장들의 예물에 바리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라 생소하다. 

피를 담아 제단에 드릴 때 사용하는 은 그릇이라고 한다. 

 

국어사전

명사

• 1.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 오목주발과 같으나 아가리가 조금 좁고 중배가 나왔으며 뚜껑에 꼭지가 있다.
• 칠첩 반상기에는, 물론 신랑의 주발과 신부의 바리, 그리고 두 쌍의 은수저가 들어 있었다.
• 출처 <<최명희, 혼불>>
• 2.공예 바닥에서 아가리 쪽으로 벌어져 올라가 아가리의 지름이 20cm 이상인 토기. 보통 높이가 아가리 지름보다 짧으며, 음식 그릇으로 쓴다.
• 3.불교 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 그릇. 나무나 놋쇠 따위로 대접처럼 만들어 안팎에 칠을 한다.

 

 

밥담는 그릇을 바리라고 하였다.

 

우리 민족은 음식그릇 가운데서도 밥그릇을 매우 소중히 여겨왔다. 아이들의 첫돌에는 밥그릇부터 준비하였으며 처녀들은 시집갈 때 생활이 넉넉치 못하여 반상기 일식을 다 못갖추어도 신랑의 밥그릇만은 마련하였다. 그리고 모든 가정들에서 개인용 밥그릇은 따로 마련해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관습은 밥을 주식으로 제각기 담아먹는 풍습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우리 민족이 밥그릇을 식생활에 써온 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그것은 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원시유적에서 나온 바리, 함경북도 청진시 농포유적에서 나온 신석기시대의 바리와 시포항유적을 비롯한 다른 여러 유적들에서 나온 바리가 실증하여 준다. 원시유적에서 발굴된 바리는 그 모양이 고대시대의 바리와 비슷하나 뚜껑이 있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8호무덤에서 나온 옻칠한 나무바리는 지금의 바리와 비슷한데 아가리 윗부분에 뚜껑을 덮을 수 있도록 홈이 있는 것으로 보아 뚜껑이 따로 있었다고 인정된다. 바리는 기록상 『삼국사기』에 처음 보이는데 ‘발(鉢)’이라고 쓰여 있다. 유물로서는 신라의 도기바리와 청동바리가 전해오고 있다. 도기바리 뚜껑에는 꼭지가 없으나 청동바리에는 뚜껑에 꼭지가 달려있다. 발해의 바리는 상경용천부에서 나왔는데 아가리가 해바라졌고 밑창이 납작하며 배가 부르다.

 

 

 

고려시대의 기록에는 밥그릇을 ‘우(盂)’라고 썼는데 ‘우’는 ‘발’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표기이다. 금바리는 ‘금우’, 은바리는 ‘은우’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그릇은 주로 왕궁에서 쓰였다. 유물로 전해오는 것은 청동으로 된 것과 사기로 된 것이 있다. 청동바리는 그 모양이 조선시대의 주발과 비슷한데 뚜껑이 있다. 그러나 사기로 된 바리는 뚜껑이 없다.

조선시대의 밥그릇은 기록에 ‘반우’라고 쓰기도 하고 ‘발’ 또는 ‘식발’이라고 쓰여 있다. ‘반우’나 ‘발’, ‘식발’은 모두 밥담는 그릇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시대의 바리는 고려시대보다 형태가 다양한데 계절에 따라 그 이용에서 차이가 있었다. 겨울에는 주로 놋바리, 여름에는 사발을 썼다.

조선시대의 놋바리는 성별에 따라 그 형태가 달랐는데 이름도 주발, 바리, 오구바리, 종발 등 여러 가지였다. 주발은 남자용 밥그릇인데 아가리가 넓고 좁으며 평평한 뚜껑에 꼭지가 없다. 주발도 조선 전기의 것과 후기의 것은 형태에서 약간 차이가 있었다. 바리는 여자용 밥그릇인데 주발보다 아가리가 좁고 배가 부르며 뚜껑에 꼭지가 달려있다. 여자용 바리보다 작은 것으로서 애기바리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밥그릇으로 쓰였다. 오구바리는 아가리가 바리보다 좀 넓고 배가 부르며 뚜껑에 꼭지가 없다. 이것은 성별에 관계없이 쓰였다. 종발은 작은 밥그릇의 한가지로서 주발보다 작고 종지보다 좀 납작하고 넓다. 종바리라고도 하였다.

조선시대의 놋바리는 시집가는 처녀들이 갖추어 가지고 가는 놋반상기 일식에서 가장 중시되어 온 그릇이었다. 새색시는 놋주발(신랑용)과 놋바리(신부용)를 준비하는데 주발에는 찹쌀을 가득담고 바리에는 붉은 팥을 가득 담아 각기 대접을 받쳐 보자기에 싸가지고 갔다. 저녁에는 찹쌀과 팥으로 찰밥을 지어 같이 먹는데 여기에는 찰밥처럼 근기있고 다정하게 살고 아들을 많이 낳고 잘 살려는 그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었다. 조선시대 사발도 고려시대보다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형태도 조선 초기에 비하여 중기와 후기에 이르러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밥그릇은 반드시 뚜껑이 있는데 그 형태가 일반적으로 둥글면서 윗부분이 불룩한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밥을 그릇에 담는 풍습과 관련되어 있다. 밥을 밥그릇에 담을 때에는 그릇전우로 약간 수북하게 담았다. 때문에 밥그릇에 담는 밥이 눌리워지지 않도록 그에 맞게 불룩하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밥그릇 뚜껑에 쌀을 수북히 담아 밥을 지으면 한 그릇의 밥이 되었다. 그러므로 뚜껑은 밥 한끼분의 쌀을 떠내는 됫박과 같이 쓰였다. 밥그릇 뚜껑 하나에도 우리 민족들의 기발한 착상을 찾아볼 수 있다.

밥그릇 뚜껑과 함께 밥그릇을 씌우개로 씌우는 풍습도 당시의 식생활조건에서는 실용성이 있는 좋은 풍습의 하나였다. 밥은 빵과는 달리 식은 것은 맛이 퍽 떨어지며 소화와 영양섭취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들은 밥을 빨리 식지 않는 놋바리에 푸고 뚜껑을 덮은 다음 그 위에 바리모양으로 생긴 씌우개를 씌워 온돌 아랫목에 놓고 덮어 놓았다. 밥그릇 씌우개는 천과 천 사이에 풀솜이나 솜을 두고 누볐기 때문에 보온에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아침에 지은 밥이 점심때까지도 식지 않고 따뜻하며 밥맛도 좋았다.

밥그릇을 씌우는 이러한 풍습은, 특히 개성지방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개성지방에서는 어느 가정이나 이러한 밥그릇 씌우개(멍덕)를 곱게 장식하여 마련해 두고 사용하였다. 우리 여성들은 가정에서 사발을 깨끗이 볶아서 당반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이용하는 것을 하나의 생활로, 풍습으로 지켜왔다. 동네사람들은 정결한 사발이 줄지어 있는 집에 가보고는 그 집을 부러워하고 가정주부를 칭찬하면서 집이 번성할 징조라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리 (조선향토대백과, 2008., 평화문제연구소)